틱장애

틱장애 한약 치료, 근거는 어디까지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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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욱 원장작성해아림한의원 신촌점 대표원장 서현욱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게시일 2026.09.15
요약

틱장애 한약 치료는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을 통해 틱 증상 감소 가능성이 확인되었습니다. 그 중 일부 한약은 국제 진료지침에서도 근거가 있는 치료로 평가되었습니다. 다만 연구에 사용된 완제품과 국내 한의원의 개별 맞춤 처방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따라서 실제 진료 방식을 반영한 연구는 앞으로 더 축적될 필요가 있습니다.

틱장애 한약 치료, 근거는 어디까지 왔을까?

틱 치료에 쓰는 한약은 최근 몇 해 사이 국제 진료지침의 검토 대상에까지 올랐습니다. 이 글에서는 최근의 국제 진료지침에서 한약을 어떻게 평가했는지, 그 판단의 근거가 된 연구는 무엇인지, 그리고 그 연구 속의 한약과 국내 한의원에서 실제로 처방하는 한약이 어떻게 다른지를 차례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국제 진료지침에 오른 한약

우선 미국신경과학회가 2019년에 발표한 틱 치료 진료지침부터 보겠습니다. 이 지침은 틱에 쓰이는 치료를 하나씩 검토한 뒤, 위약보다 틱을 줄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치료를 한데 모아 정리했습니다.

여기에는 할로페리돌과 리스페리돈, 아리피프라졸 같은 항정신병약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항정신병약은 본래 조현병 치료를 위해 개발된 약입니다. 뇌에서 도파민이 전달되는 경로를 억제하는데, 이 작용이 틱을 줄이는 데에도 활용됩니다. 국내에서 틱에 처방되는 양약도 대개 이 계열입니다. 다만 졸음과 체중 증가, 몸이 뻣뻣해지는 증상 같은 이상반응이 따라올 수 있어 사용에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특히 소아의 경우 더욱 그렇습니다.

이 밖에도 티아프리드와 클로니딘, 보툴리눔독소 주사, 창백핵 뇌심부자극술 등이 올라 있습니다. 그리고 한약 2가지가 함께 이름을 올렸습니다. 오령과립(5-Ling Granule)과 영동과립(Ningdong Granule)입니다.

이 지침은 근거가 얼마나 탄탄한지에 따라 신뢰도 등급을 나눕니다. 등급은 치료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같은 기준으로 매겨집니다. 한약에 매겨진 등급은 중등도로, 항정신병약이나 뇌심부자극술과 같았습니다.

그 판단의 근거가 된 연구는 어떤 연구였나요?

오령과립부터 살펴보겠습니다. 2016년에 발표된 대규모 임상시험이 근거가 되었습니다.

다섯 살에서 열여덟 살 사이의 뚜렛증후군 환자 603명이 참여했고, 여러 병원이 참여했습니다. 참가자는 세 군으로 나뉘었습니다. 117명에게는 위약을, 123명에게는 티아프리드를, 나머지 363명에게는 오령과립을 8주간 투여했습니다. 티아프리드는 유럽에서 소아·청소년 틱 치료에 널리 쓰이는 약입니다. 앞서 본 항정신병약과 같은 계열로, 도파민이 전달되는 경로를 선택적으로 억제합니다. 독일어권에서는 틱에 가장 먼저 고려되는 약으로 꼽힙니다.

이 임상시험에는 이중맹검이 적용되었습니다. 이중맹검은 누가 어느 약을 받는지 환자도 의료진도 모르게 하는 방식으로,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나 의료진의 짐작이 결과에 섞여드는 것을 막기 위해 씁니다. 약의 효과를 확인할 때 보편적으로 쓰이는 설계입니다. 참가자를 어느 군에 넣을지도 무작위로 정했습니다.

치료에 반응한 비율은 오령과립군에서 74%, 티아프리드군에서 68.3%, 위약군에서 44%였습니다. 한약이 위약을 뚜렷하게 앞섰고, 실제 서양의학에서 치료제로 처방되는 약과는 대등한 성적을 냈습니다.

차이가 가장 두드러진 항목은 안전성이었습니다. 이상반응이 보고된 비율은 티아프리드군에서 26.0%였던 반면 오령과립군에서는 13.8%에 그쳤습니다. 위약군의 11.2%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입니다.

영동과립에도 별도의 임상시험이 있습니다. 일곱 살에서 열여덟 살 사이의 뚜렛장애 환자를 두 군으로 나누어, 33명에게는 영동과립을, 31명에게는 위약을 8주간 투여했습니다. 역시 무작위 배정과 이중맹검을 적용한 설계입니다. 8주 뒤 총 틱 점수는 영동과립군에서 41.39% 낮아졌고, 위약군에서는 10.79% 낮아지는 데 그쳤습니다. 보고된 이상반응은 식욕이 떨어졌다는 두 명과 변비를 호소한 한 명이었고, 혈액 검사나 심전도에서 문제가 된 소견은 없었습니다.

두 임상시험 모두 무작위 배정과 위약 대조, 이중맹검을 갖췄습니다. 오령과립 임상시험은 여기에 더해 서양의학의 치료제까지 비교군으로 세웠습니다. 신약을 검증할 때 요구하는 절차를 그대로 밟은 셈입니다.

최근의 리뷰에서 한약이 받은 평가

2026년에는 틱장애에서 사용되는 보완통합의학적 치료방법 전반을 다시 검토한 자료가 발표되었습니다. 임상연구 49편과 체계적 문헌고찰 3편을 모아 근거의 등급을 다시 분류한 작업입니다.

여기서 가장 높은 등급을 받은 치료 가운데 세 가지가 한약이었습니다. 앞에서 본 오령과립과 영동과립, 그리고 또 다른 한약 처방(Jingxin Zhidong formula)입니다. 세 처방 모두 틱의 중증도를 낮추는 효과가 확인되었다고 정리되었습니다. 한약이 아닌 치료 중에서는 뉴로피드백 연구 하나가 같은 등급에 올랐습니다. 뉴로피드백은 자기 뇌 활동을 화면으로 확인하면서 그 활동을 스스로 조절하도록 훈련하는 방법입니다. 이 연구에서는 뇌 활동을 f-MRI로 측정했습니다.

그 아래 등급에는 마음챙김에 기반한 중재와 미술치료, 그리고 침 치료를 경추 교정과 함께 시행한 방법이 들어갔습니다.

개별 연구뿐 아니라 체계적 문헌고찰도 검토 대상에 올랐습니다. 중국에서 발표된 연구들을 모아 정리한 리뷰 논문들로, 하나는 침 치료를, 하나는 침 치료와 한약을 함께 쓴 경우를, 나머지 하나는 추나 요법을 다뤘습니다. 세 편 모두 기존 치료보다 틱이 더 많이 줄었다는 결론이었습니다. 다만, 여기에 포함된 개별 연구들의 설계가 엄격한 기준에 미치지는 않아, 이 결론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이르다는 단서가 붙었습니다.

근거수준이 높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왜 권고목록에서는 빠졌을까?

진료지침은 두 단계로 이뤄집니다. 먼저 어떤 치료에 얼마만큼의 근거가 있는지 등급을 매기고, 그다음에 "이 치료를 이렇게 쓰라"는 문장을 따로 적습니다. 뒤쪽이 권고입니다. 앞에서 본 한약은 첫 단계에서 높은 등급을 받았지만, 두 번째 단계인 권고문에는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효과를 부정해서가 아닙니다. 지침을 만든 연구진은 검토한 한약 모두가 위약보다 나은 결과를 보고했다고 적으면서, 권고를 보류한 이유를 따로 밝혔습니다. 세 가지입니다.

첫째, 참가자를 고른 방식이 기존 임상연구 틀에 들어맞지 않았습니다. 오령과립 임상시험은 한의학 진단으로 특정 유형에 해당하는 환자를 참가자로 모았습니다. 서양의학에는 이에 대응하는 진단 범주가 없고, 지침 연구진은 이 점을 문제로 보았습니다. 한의학의 진단 체계 위에서 설계된 연구를 서양의학의 틀로 옮겨 읽을 때 생기는 간극입니다.

둘째, 이 임상시험은 ADHD와 강박증이 함께 있는 아이를 참가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두 질환은 틱과 가장 흔히 동반되는 질환입니다. 그래서 이 결과를 모든 틱 환자에게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셋째, 약재의 안전성과 제조 과정에 관한 자료가 더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검토 대상이던 제품 중 하나에 사용한 약재를 두고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었고, 임상시험 밖에서 이 제품들을 실제로 구할 수 있는지도 분명하지 않았습니다.

세 가지 모두 효과에 관한 지적이 아닙니다. 어떤 환자에게 어디까지 적용할 수 있는지, 그리고 제품을 어떻게 확보하고 관리할 것인지에 관한 지적입니다. 한약이 틱을 줄인다는 것 자체는 인정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의 연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요?

오령과립과 영동과립은 중국에서 제조된 완제품이라, 그 제품 자체가 국내에 유통되지는 않습니다. 국내에서 나온 자료를 몇 편 소개하겠습니다.

가장 규모가 큰 것은 한의원에 내원한 틱장애 환자 292명의 진료 기록을 분석한 연구입니다. 2009년에 발표되었고, 환자의 연령 분포와 증상 양상, 운동틱과 음성틱의 비율, ADHD 동반 여부 등을 정리했습니다.

한약 치료 경과를 확인한 연구도 있습니다. 한의원에서 치료받은 틱장애 아동 35명을 추적한 연구로, 평균 6주가량 치료한 뒤 예일 틱 증상 평가 척도가 35.54점에서 23.20점으로 낮아졌습니다. 대조군을 두지 않은 관찰 연구입니다.

국내 임상 연구를 한데 모아 정리한 자료도 확인됩니다. 2017년에 발표된 것으로, 국내 학술 데이터베이스에서 틱장애 한의 치료 논문 15편을 추려 어떤 한약과 경혈이 주로 쓰였는지, 치료 효과를 무엇으로 평가했는지를 분석했습니다.

처방 단위로 보면, 임상에서 빈용되는 억간산(抑肝散)에 위약 대조 임상시험이 있습니다. 2022년에 발표된 연구이고, 뚜렛증후군 아동과 청소년 38명을 두 군으로 나누어 19명에게는 억간산을, 나머지 19명에게는 위약을 4주간 투여했습니다. 앞의 임상시험들과 마찬가지로 무작위 배정과 이중맹검을 적용했습니다.

평가 도구는 예일 틱 증상 평가 척도였고, 총점과 함께 운동틱, 음성틱 항목을 각각 따로 측정했습니다. 복용 1주 시점에 음성틱의 강도가 위약군보다 낮아졌습니다. 다만, 이후 시점에서는 두 군의 차이가 뚜렷하지 않았습니다. 연구진은 이 연구를 예비 연구로 규정하면서, 적절한 위약과 용량을 정하는 문제, 그리고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의 연구였기 때문에 좀 더 긴 기간을 관찰하는 문제를 다음 과제로 남겼습니다. 더불어, 4주 동안 아이들이 한약을 무리 없이 복용했다는 점이 함께 확인되었습니다.

연구와 진료 현장 사이에 남아 있는 거리

마지막으로 연구와 실제 진료 현장과의 관계를 짚어보겠습니다. 지금의 연구 방식은 한의 진료를 그대로 담아내지 못합니다.

현재의 임상연구 체계는 서양의학의 패러다임에 맞춰 만들어졌습니다. 같은 질환에 속한다면, 모든 환자에게 같은 약을 같은 용량으로 주고, 그 결과를 평균 내어 효과를 판정합니다. 그러려면 한 군에 속한 참가자가 전부 동일한 약을 복용해야 합니다. 오령과립을 복용한 363명에게 투여된 처방이 모두 같았던 것도 그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의 진료 현장은 이와 확연히 다릅니다. 잘 먹지 못하고 배가 자주 아픈 아이와, 잠을 설치고 얼굴에 열이 잘 오르는 아이에게는 서로 다른 처방이 나갑니다. 같은 아이라도 몇 달 뒤 상태가 달라지면 처방을 바꿉니다. 아이 하나하나의 상태를 진단에 반영하고 처방이 그 판단을 따라가는 것이 한의 진료의 원리입니다.

이 원리는 지금의 연구 틀에 잘 담기지 않습니다. 아이마다 다른 처방을 낸다는 것은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의 전제와 어긋나기 때문입니다. 한의 진료의 강점이 그대로 연구상의 불리한 조건이 되는 셈입니다. 앞서 본 오령과립 임상시험이 한의학 진단으로 참가자를 모았다가 그 점을 지적받은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국내 자료 중에 대조군 없는 관찰 연구가 많은 배경에도 이런 사정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연구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앞에서 본 것처럼 대규모 임상시험이 진행되었고, 국제 진료지침이 그 결과를 받아들였으며, 국내에서도 진료 기록을 모으고 치료 경과를 추적한 자료가 쌓이고 있습니다. 불리한 조건에서 만들어낸 근거입니다.

정리하면, 한약이 틱을 줄인다는 데까지는 확인이 되었습니다. 다만, 어떤 아이에게 어떤 처방이 맞는지에 대해서는 보다 세밀한 연구가 더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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