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민성대장증후군

과민성대장증후군, "장이 샌다"는 말은 사실일까요?

과민성대장증후군

서현욱 원장작성해아림한의원 신촌점 대표원장 서현욱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게시일 2026.09.03
요약

과민성대장증후군에서 장 투과성 증가는 실제 연구되는 현상입니다. 하지만, 이를 ‘장누수증후군’이라는 하나의 질환이나 음식 민감도 검사의 결과로 단정하기보다는 스트레스와 장-뇌 상호작용을 포함해 장 기능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올해 나이 서른아홉인 G씨는,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 몇 년째 고생하다가 SNS에서 본 "장누수증후군" 자가검사 키트를 구입해 혈액을 채취해 보냈습니다. 며칠 뒤 받은 결과지에는 여러 음식에 대한 민감도 수치가 빼곡히 적혀 있었고, 그 이후로 G씨의 식탁에서는 음식이 절반도 넘게 사라졌습니다.


"장이 샌다"는 말, 정확히 무슨 뜻일까요?


장 점막은 상피세포 한 겹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세포들은 밀착연접(tight junction)이라는 구조로 서로 촘촘히 붙어 있습니다. 이 밀착연접이 정상적인 범위를 넘어 느슨해지면, 원래는 장 안쪽에 머물러야 할 세균의 일부 성분이나 소화 부산물이 장 점막 장벽을 넘어 혈류 쪽으로 새어 나갈 수 있습니다. 학계에서는 이 현상을 장 투과성 증가(increased intestinal permeability)라고 부릅니다.

"장누수증후군(leaky gut syndrome)"이라는 이름은 이 현상을 대중적으로 부르는 말이지만, 정식 진단명은 아닙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에서 실제로 확인된 것은 무엇일까요?


장 투과성 증가 자체는 근거 없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감염으로 장염을 앓은 뒤 과민성대장증후군이 시작된 환자들에서 장 투과성이 늘어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고, 감염과 무관하게 발병한 환자들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반복적으로 보고되었습니다.

조직검사를 통한 연구에서는 밀착연접을 이루는 단백질인 클로딘-1(claudin-1)의 양이, 설사형 환자에서는 줄어들고 변비형 환자에서는 오히려 늘어나 있다는 결과도 확인되었습니다. 같은 과민성대장증후군이라는 이름 아래에서도, 장 점막 장벽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유형에 따라 다른 방향으로 나타난다는 뜻입니다.


스트레스는 어떻게 장 점막 장벽을 무너뜨릴까요?


이 지점에서 신경계와 면역계가 함께 등장합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에서 CRF(부신피질자극호르몬 방출인자)라는 물질이 분비됩니다. 이 CRF가 장 점막에 상주하는 비만세포(mast cell)를 자극하면, 비만세포가 히스타민과 단백분해효소 같은 물질을 내놓으면서 밀착연접이 느슨해집니다. 즉 스트레스라는 신경계의 반응이 방아쇠를 당기고, 비만세포라는 면역세포가 실제로 장 점막 장벽을 무너뜨리는 역할을 실행합니다. 이런 이유로 이 경로는 면역계통만의 문제가 아니라 신경면역 상호작용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이 경로는 동물실험 수준에서만 확인된 것이 아닙니다.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여러 사람 앞에서 발표하게 하는 심리적 스트레스만으로 실제 장 투과성이 늘어난다는 결과가 확인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실험 참가자들에게 비만세포를 안정시키는 약을 미리 투여하자, 스트레스를 받아도 장 투과성이 늘어나지 않았습니다. 비만세포가 이 반응의 핵심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장 투과성이 늘어나면 저강도 염증이 생기고, 그 염증이 복통을 일으킨다"고 결론을 내리기엔 아직 부족합니다. 장 점막의 비만세포와 통증을 느끼는 신경섬유 사이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복통이 심하다는 연구는 있지만, 투과성 증가부터 염증을 거쳐 통증에 이르는 하나의 고리 전체가 증명되었다고 보기는 이릅니다.


"장누수증후군" 검사는 믿을 만할까요?


G씨가 받은 것과 같은 혈액 조눌린(zonulin) 검사는,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신뢰도를 두고 논쟁이 있는 지표입니다.

연구에서 장 투과성을 확인할 때 오랫동안 표준으로 써 온 방법은 특정 당분자 두 가지를 마시게 한 뒤 소변으로 배출되는 양을 재는 락툴로스-마니톨 검사입니다. 반면 혈액 조눌린 검사는 이 표준 검사와 어느 정도 상관관계가 있는지, 개인의 장 상태를 얼마나 정확히 반영하는지에 대해 아직 정리된 결론이 없습니다. 어떤 음식이 문제가 되는지 이 검사 결과만으로 확정하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한의학은 이 기전을 어떻게 볼까요?


한의학에서 청탁을 나누는 기능은 본래 소장(小腸)의 몫으로 설명됩니다. 소장이 음식물을 받아 맑은 것과 탁한 것을 갈라 보내는 것을 비별청탁(泌別淸濁)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갈라진 것 중 맑은 영양물질을 위로 끌어올리는 것은 비(脾)의 승청(昇淸) 기능이고, 탁한 찌꺼기를 아래로 내려보내는 것은 위(胃)의 강탁(降濁) 기능입니다. 소장이 걸러내고 비가 끌어올리고 위가 내보내는 이 연쇄가 함께 맞물려야 소화와 배설이 순조롭게 이루어진다고 봅니다. 승청은 몸에 필요한 영양소와 물질을 선택적으로 걸러 통과시키는 기능에 비유할 수 있고, 강탁은 노폐물을 내보내고 해로운 것을 막아내는 기능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소장·비·위가 이렇게 역할을 나누어 맞물려 돌아가는 상태를 정상적인 균형으로 봅니다.

스트레스는 이 균형이 무너지는 지점에 등장합니다. 지나친 감정, 특히 억눌린 분노나 우울, 오래 쌓인 스트레스는 간(肝)이 몸속 기운의 흐름을 원활하게 트고 퍼뜨리는 소설(疏泄) 기능을 막습니다. 그 결과 기운이 흐르지 못하고 뭉쳐 정체되는 상태를 간기울결(肝氣鬱結)이라고 하며, 이렇게 감정이 기의 흐름을 막아 병을 일으키는 것을 칠정상(七情傷)이라고 합니다.

정체된 간기(肝氣)는 비위의 기능을 억눌러 간위불화(肝胃不和)로 이어지고, 그 여파로 비의 승청과 위의 강탁 기능이 함께 흔들려 설사나 변비 같은 증상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합니다. 장 점막 장벽이 필요한 물질만 선택적으로 통과시키고 해로운 것은 막아내는 기능을 갖는다는 사실은, 비위가 맑은 것과 탁한 것을 나누어 다루는 승청·강탁의 그림과 방향이 닮아 있습니다. 다만 이는 두 체계를 나란히 놓고 보는 필자의 해석이며, 같은 기전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한의학 치료 중에서는 침 치료가 과민성대장증후군에 대해 비교적 두터운 임상 근거를 갖고 있습니다. 17건의 무작위대조시험, 1806명을 분석한 코크란 문헌고찰이 나와 있을 정도입니다. 다만 침이나 한약이 장 투과성 자체를 낮춘다는 임상 연구는 아직 확인되지 않아, 과민성대장증후군에 대해서 한약치료가 효과를 발휘하는 기전을 밝히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결국 무엇을 목표로 삼아야 할까요?


검사를 통해 문제 되는 음식을 완벽하게 찾아내 모두 걸러내 보겠다는 목표는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목표입니다. 대신 목표를 스트레스로 쉽게 무너지는 장 점막 장벽이 회복할 여유를 갖도록 돕는 것으로 바꾸면, 검사지 한 장에 식습관 전체를 맡길 이유가 사라집니다.

G씨에게 필요했던 치료는 음식에 대한 민감도 검사 결과지를 더 정밀하게 해석하려 애쓰는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를 줄이고 장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었을 겁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 식이 제한을 고려하고 계시다면, 검사 결과에 내 식탁을 맡기시기 전에 한방신경정신과 진료가 가능한 가까운 한의원에서 몸 상태를 함께 진단받아 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References


  1. Barbara G, et al. Gut Permeability in Irritable Bowel Syndrome: More Leaks Add to Slightly Inflamed Bowel Syndrome Conspiracy Theory. Gastroenterology. 2009.
  2. Cheng P, et al. Molecular and cellular mechanisms of tight junction dysfunction in the irritable bowel syndrome. Mol Med Rep. 2015.
  3. D'Costa S, et al. Mast cell corticotropin-releasing factor subtype 2 suppresses mast cell degranulation and limits the severity of anaphylaxis and stress-induced intestinal permeability. J Allergy Clin Immunol. 2019.
  4. Vanuytsel T, et al. Psychological stress and corticotropin-releasing hormone increase intestinal permeability in humans by a mast cell-dependent mechanism. Gut. 2014.
  5. Kresser C. The Clinical Utility of Zonulin Testing. Kresser Institute. 2019.
  6. Cochrane Korea. 과민대장증후군의 침 치료 (Acupuncture for irritable bowel syndrome). Cochrane Database Syst Re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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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모든 내용은 해아림한의원 신촌점 대표원장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 서현욱 원장이 직접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