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전증후군(PMS)
PMS인 줄 알았던 감정 기복, 어디서부터는 병일까요? PMS와 PMDD의 경계를 가르는 기준과 한의학적 접근을 짚어봅니다.
올해 나이 서른한 살인 J씨는 대형마트 식품매장에서 판매 사원으로 일합니다. 몇 해 전부터 월경 전 일주일이면 사소한 일에도 감정이 크게 요동쳤습니다. 손님에게 화를 낼 뻔한 적도 여러 번이었습니다. 그때마다, "요즘 좀 예민해졌나보다"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넘겨왔습니다.
그런데 지난달에는 당황스럽게도 동료의 무심한 말 한마디에 눈물이 멈추지 않는 일이 있었습니다. 매장 창고에 삼십 분 넘게 주저앉아 있었고, 그날 이후로 출근 자체가 두려워졌다고 했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J씨는 자신이 몇 년째 겪어온 것이 흔한 월경전증후군(PMS)이 아니라 월경전불쾌장애(PMDD, Premenstrual Dysphoric Disorder)일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가임기 여성의 최대 70~90%는 월경 전 어떤 형태로든 신체적 정서적 증상들을 겪습니다. 그중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만큼 심한 경우, 즉 PMS로 진단할 수 있는 수준은 20~40%로 좁혀집니다. PMDD는 이보다 훨씬 드물어서, 전체 여성의 3~8%만 해당합니다.
DSM-5는 PMDD를 우울장애의 하위 항목으로 분류합니다. 진단을 위해서는 정서 불안정, 과민성, 우울감, 불안 중 최소 하나를 포함해 총 5개 이상의 증상이 월경 시작 전 마지막 한 주에 나타나야 하고, 월경이 시작된 뒤 며칠 안에 뚜렷하게 호전되어야 합니다. 여기에 더해 이 패턴이 최소 두 번의 월경 주기 동안 매일 기록한 일지로 확인되어야 진단이 확정됩니다. PMS에는 이런 증상 개수 기준이나 정서 증상 필수 요건이 없습니다.
PMS와 PMDD를 가르는 것은 증상의 종류가 아니라, 그 증상이 일상 속 삶을 얼마나 무너뜨리는가입니다. J씨가 "예민하다"는 말로 넘겨온 증상이 실제로는 출근을 지속하기 어려울 정도의 정서 조절 실패로 이어졌다면, 그 지점이 두 진단을 가르는 기준이 됩니다.
| 구분 | PMS | PMDD |
|---|---|---|
| 유병률 | 가임기 여성의 20~40% | 3~8% |
| 진단 분류 | 별도 진단 범주 | DSM-5 우울장애 하위 |
| 필요한 증상 수 | — | 5개 이상 |
| 정서 증상 | — | 최소 1개 필수 |
| 확인 방법 | — | 두 주기 이상 매일 기록 |
| 가르는 기준 | 일상에 지장 | 일상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 |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연구팀은 스스로 "PMDD인 것 같다"고 생각하는 여성 200명을 모아 증상이 얼마나 심한지 점수를 매겨봤습니다. 그런데 점수를 보니 신기한 일이 있었습니다. "여기부터는 PMDD, 여기까지는 그냥 심한 PMS"라고 자를 수 있는 뚜렷한 경계선이 없었던 것입니다. 마치 물의 온도를 잴 때 "미지근함"과 "뜨거움" 사이에 명확한 선이 없이 온도가 스르르 올라가는 것처럼, 증상의 심각한 정도도 낮은 쪽에서 높은 쪽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었습니다.
이 결과는 PMDD가 PMS와 완전히 다른 별개의 병이라기보다는, 같은 증상이 얼마나 심한지의 "정도 차이"에 가깝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다만 연구팀은 이 결과만으로 두 상태가 정말 하나로 쭉 이어진 것인지, 아니면 어느 순간부터 몸속에서 완전히 다른 일이 벌어지는 것인지는 아직 확실히 말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진단 기준이 5개 증상, 2주기 기록이라는 특정 지점에서 선을 긋는 이유는 생물학적 경계가 뚜렷해서가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사람을 가려내고 연구를 표준화하기 위한 실용적 선택입니다.
사실 2013년 PMDD가 DSM-5 본문에 정식 진단명으로 등재되기까지 상당한 논쟁이 있었습니다. 등재를 지지한 쪽은 환자 본인들과 정신과 의사들, 제약업계였고, 반대한 쪽은 심리학자와 일반의, 그리고 일부 여성학자들이었습니다. 반대 논리의 핵심은, 정상적인 호르몬 변화에 따른 감정 기복까지 정신질환으로 낙인찍어 여성의 정당한 분노나 고통의 원인을 가릴 수 있다는 우려였습니다.
이 논쟁은 지금도 완전히 끝나지 않았습니다. 다만,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진단여부를 떠나, J씨처럼 이미 일상이 무너진 사람에게는 "당신이 예민한 것"이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상태"라는 확인 자체가 도움이 됩니다. 진단명이 '낙인'이 될 수도, '도움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이 병을 대하는 태도가 조심스러워야 한다는 뜻입니다.
PMDD를 겪는 사람의 호르몬 수치 자체는 겪지 않는 사람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진짜 차이는, 정상적인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변동에 대해 세로토닌이나 GABA 신경전달 체계가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가에 있습니다. 같은 크기의 호르몬 변화에도 어떤 사람의 신경계는 크게 흔들리고, 다른 어떤 사람의 신경계는 그렇지 않은 셈입니다.
이 때문에 치료의 목표도 호르몬 수치를 정상화하는 것이 아니라 신경전달 체계의 민감도를 조절하는 쪽에 맞춰져 있습니다. 서양의학에서는 선택적세로토닌재흡수억제제(SSRI)가 일반적인 우울증 치료 때와 달리, 월경 전 황체기에만 간헐적으로 복용하도록 합니다.
한의학에서는 월경과 관련된 정서 증상을 다루는 영역이 따로 있습니다.
월경 전후로 나타나는 여러 정서 증상은 예로부터 "경행정지이상(經行情志異常)"이라는 이름으로 다뤄져 왔습니다. 이는 경행유방창통(월경 전 유방 통증), 경행두통(월경 전 두통)과 함께 경행전후제증(經行前後諸證), 즉 "월경을 전후해 나타나는 여러 증상들" 중 하나로 분류되며, 감정이 억눌리고 뭉쳐서(간울기체, 肝鬱氣滯) 나타나는 것으로 설명됩니다. 짜증과 우울감이 반복되고, 가슴이 답답하며 자주 한숨을 쉬는 양상이 특징입니다. 지난 PMS 편에서 다룬 변증도 이 계열에 속합니다.
그런데 이와는 별개로, 한의학에는 감정이 격하게 터져나오며 무너지는 상태를 가리키는 또 하나의 개념이 있습니다. 바로 장조(臟躁)입니다. 후한 시대 의서 『금궤요략』 부인잡병편에는 "婦人臟躁, 喜悲傷欲哭, 象如神靈所作, 數欠伸(부인이 장조병에 걸리면 자주 슬퍼하며 울려 하고, 마치 신령이 씐 것처럼 보이며, 하품과 기지개를 자주 낸다)"는 구절이 나오고, 이 상태를 감맥대조탕(甘麥大棗湯)으로 다스린다고 적었습니다. 다만 이 원문에는 월경 주기와의 연관이 언급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장조는 본래 월경 여부와 무관하게, 감정이 통제를 벗어나 격하게 터져 나오는 상태 전반을 가리키는 개념으로 쓰여왔습니다.
그럼에도 이 글에서 장조를 함께 소개하는 이유는, J씨가 겪은 것처럼 평소 억눌러온 감정이 특정 시점마다 스스로도 놀랄 만큼 격하게 터지는 양상이 장조가 묘사하는 상태와 결이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 후대 의가들은 장조를 다시 허실(虛實)로 나누었는데, 그중 몸의 진액이 마르고 허열이 뜨는 유형(음허양항, 陰虛陽亢)은 초조함과 불면, 오후에 달아오르는 얼굴, 입마름 같은 증상을 함께 보인다고 기술합니다. 이는 정서 증상과 함께 불안 및 수면장애가 두드러지는 PMDD의 양상과 겹치는 지점이 있습니다. 다만 이는 장조라는 개념을 PMDD의 정식 대응 병명으로 확정하는 것이 아니라, 증상의 결이 닮았다는 점에서 견주어보는 것임을 밝혀둡니다.
치료는 어느 쪽 양상에 가까운지에 따라 방향이 달라집니다. 간울기체형처럼 감정이 뭉치고 눌려서 짜증과 우울감이 반복되는 경우에는 기의 흐름을 풀어주는 처방이 중심이 되고, 장조형처럼 정서가 격발적으로 무너지며 불안과 불면이 두드러지는 경우에는 마음을 안정시키고 진액을 보충하는 방향의 처방이 중심이 됩니다. 실제 임상에서는 이 두 양상이 뚜렷이 나뉘기보다 섞여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동반되는 소화 문제나 피로도, 체질에 따라 처방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침 치료, 뜸, 한방정신요법, 심리상담, 명상 등을 적극적으로 병행합니다. 만약, 이미 정신건강의학과 약물을 복용 중이라면 무리하게 바로 중단하는 것 보다는 병행하면서 점차 비중을 줄여가도록 치료계획을 잡습니다.
치료의 목표를 "월경 전 감정 기복을 완전히 없애는 것"에 두면, 그 목표는 사실상 달성하기 어렵습니다. 정서 반응의 민감도 자체가 완전히 지워지는 성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 목표 아래서는 증상이 절반으로 줄어도 "여전히 안 없어졌다"는 이유로 실패처럼 느껴진다는 점입니다. 그러다 보니 애써 치료를 받아도 나아지는 걸 체감하지 못하고 중간에 그만두거나, 아예 "어차피 없어지지 않을 텐데"라며 시작조차 하지 않은 채 매달 그 며칠을 그냥 참고 넘기게 됩니다. 목표를 조금 바꿔볼 필요가 있습니다. 증상을 아예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정도를 지금보다 견딜 만한 수준으로 낮추는 것으로 말입니다. 이 정도는 실제로 달성 가능하고, 나아지는 것이 눈에 보이는 만큼 치료를 이어갈 이유도 생깁니다.
J씨도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단을 받은 뒤 한의원을 함께 찾았습니다. 체질과 증상에 맞춘 처방을 받으면서, 동시에 매달 그 시기가 다가오는 것을 미리 알아채고 준비하는 법을 익혀갔습니다. 증상이 한 번에 모두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점차 줄어듦과 동시에 이제는 적어도 상황을 예상하고 대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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