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럼증

지속적 체위-지각 어지럼증(PPPD) 이야기

어지럼증

서현욱 원장작성해아림한의원 신촌점 대표원장 서현욱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게시일 2026.08.16
요약

검사는 정상인데 어지럼증이 계속된다면, 병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몸이 균형 감각에 지나치게 예민해진 상태일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지속적 체위-지각 어지럼증(PPPD)이 왜 생기고, 어떻게 다스릴 수 있는지를 한의학적 관점과 함께 다룹니다.

검사는 정상인데, 왜 계속 어지러운가

마흔한 살, 초등학교 교사 B씨가 처음 어지럼증을 느낀 곳은 지하철 승강장이었다. 사람들이 몰린 플랫폼에 서 있는데 바닥이 울렁거렸다. 그날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런데 몇 주 뒤부터 교실 형광등 아래에서도, 마트 진열대 사이를 걸을 때도 비슷한 느낌이 반복됐다. 반년이 지나도록 나아지지 않았다.

이비인후과에서 전정기능검사를 받았다. 정상이었다. 신경과에서 MRI도 찍었다. 역시 정상이었다. 동료 교사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이런 말이 돌아왔다.

"검사가 정상이면 다행인 거 아니야?"

B씨는 그 말에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랐다고 했다. 검사가 정상이라는 것과, 지금도 어지럽다는 것, 둘 다 사실인데 서로 모순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PPPD - 다섯 가지 기준

B씨와 같은 사례는 사실 드물지 않다. 만성적으로 어지럼증을 겪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진료하는 외국의 한 병원에서 조사한 결과, 두 번째로 흔하게 진단되는 질환이 지속적 체위-지각 어지럼증(persistent postural-perceptual dizziness, PPPD)이며, 전체 만성 어지럼증 환자의 15~20%를 차지한다고 보고되어 있다. 2017년 국제 전정질환 분류에 정식으로 이름이 오른 비교적 새로운 진단명이지만, 질환 자체는 새롭지 않다. 19세기 후반부터 비슷한 증상을 겪는 환자들이 기록되어 있었고, 다른 이름으로 여러 차례 바뀌어 가며 불려 왔을 뿐이다.

PPPD의 진단 기준은 다섯 가지이고, 다섯 가지 모두 충족되어야 한다.

  1. 어지럼증이나 불안정감이 하루 대부분, 석 달 이상 이어질 것.
  2. 특정한 유발 요인이 없어도 증상이 저절로 나타날 수 있을 것.
  3. 서 있는 자세, 몸의 움직임, 복잡하거나 움직이는 시각 자극에 의해 증상이 심해질 것.
  4. 이 증상으로 일상생활에 상당한 지장이 있을 것.
  5.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른 질환으로 충분히 설명되지 않을 것.

다섯 번째 기준이 특히 중요하다. PPPD로 진단하려면 다른 신경학적 질환이나 전정계 질환을 먼저 배제해야 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만약 어지럼증과 함께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발음이 어눌해지거나, 사물이 두 개로 보이는 증상이 새로 생겼다면 PPPD로 단정하지 말고 다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런 증상이 동반될 때는 뇌졸중 등 중대한 신경계 이상일 가능성을 먼저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검사에는 왜 잡히지 않는가

그렇다면 검사에는 왜 잡히지 않는가? PPPD는 전정기관이나 뇌 구조 자체가 손상되는 병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부분 급성 어지럼증을 한 번 겪은 뒤에 시작된다.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주간 어지럼증을 보이는 이석증, 전정신경염, 편두통성 어지럼증 등을 겪고 나면, 몸은 한동안 다시 어지러울까 봐 균형 감각에 필요 이상으로 신경을 쓰게 된다. 원래는 걷거나 서 있을 때 의식하지 않아도 처리되던 균형 정보를, 계속 의식적으로 확인하려 드는 상태로 바뀌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눈으로 들어오는 정보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도 함께 생길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복잡한 무늬, 움직이는 화면, 사람이 많은 공간에서 유독 어지럼증이 심해지는 것이다.

이렇게 몸이 균형 감각에 과도하게 신경 쓰는 상태가 굳어지면, 불안과 어지럼증이 서로를 악화시키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어지러우니 불안해지고, 불안하니 몸이 균형 감각에 더 예민해지고, 그래서 다시 어지럼증을 더 크게 느끼게 된다. 실제로 PPPD 환자는 다른 전정질환 환자보다 불안이나 우울 점수가 높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보고되어 있다. 다만, 이 연구 결과가 어지럼증이 예민한 성격 탓이라는 뜻은 아니다. 급성 어지럼증을 겪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현상을 겪을 수 있고, 이 상태에서 얼마나 빨리 벗어나느냐가 사람마다 다를 뿐이다.

서양의학 치료 - 전정재활

먼저, 서양의학적 치료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전정재활치료는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자극에 몸을 천천히, 반복적으로 노출시켜 뇌가 다시 적응하도록 돕는 운동 치료다. 여덟 편의 연구를 종합한 최근 메타분석에서, 전정재활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어지럼증 정도를 재는 설문지 점수가 유의하게 낮아졌다고 보고되었다.

심리학적 접근 - 인지행동치료

인지행동치료를 함께 병행하면 전정재활치료나 약물치료만 받았을 때보다 효과가 더 크다는 메타분석 결과도 있다. 반면 항우울제 계열 약물치료는 아직 근거가 엇갈린다. 2023년에 나온 코크란 리뷰는 약물치료보다 비약물적 치료를 먼저 고려할 것을 권하고 있다.

한의학에서 보는 어지럼증 -현훈, 간양상항과 풍담

한의학에서는 어지럼증을 예로부터 현훈(眩暈)이라는 용어로 다뤄왔다. 현(眩)은 목현 안화(目眩 眼花), 즉 눈앞이 캄캄하거나 사물이 흐리게 보이는 증상을 가리키고, 훈(暈)은 현훈 두선(眩暈 頭旋), 즉 자신이나 주위 사물이 도는 것처럼 느껴져 서 있기 어려운 증상을 가리킨다. 국내 한의학계에서 편찬된 현훈(어지럼증)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은 심인성 어지럼증의 하위 분류로 만성 주관적 어지럼증이라는 항목을 따로 두고 있는데, 이는 PPPD라는 이름이 붙기 전부터 있었던 개념과 사실상 같은 것을 가리킨다. 이런 만성 어지럼증은 특히 간양상항증(肝陽上亢證)풍담증(風痰證)이 겹쳐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다.

간양상항증은 정서적 스트레스나 억눌린 화가 오래 쌓이면서 시작된다. 간기(肝氣)가 오래 막혀 있으면 열로 바뀌고, 이 열이 위로 치솟아 머리와 눈을 어지럽힌다. 어지럼증과 함께 두통, 이명, 쉽게 짜증이 나는 증상, 얼굴이 달아오르는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풍담증은 다른 경로를 거친다. 비위(脾胃)의 기능이 약해지면 몸속 수분이 제대로 돌지 못하고 뭉쳐서 담(痰)이라는 병리물질을 만든다. 이 담이 맑은 기운이 머리로 올라가는 길을 막으면, 머리가 제대로 영양받지 못해 어지럼증이 생긴다. 어지럼증과 함께 속이 메스껍고 머리가 무겁게 느껴지는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두 변증(간양상항+풍담)이 겹쳐 있는 환자에게는 억간산(抑肝散)'이라는 처방이 임상에서 활용된다. 시호(柴胡)와 조구등(釣鉤藤)이 위로 치솟은 간의 기운을 가라앉히고, 백출(白朮)과 복령(茯苓)이 비위 기능을 도와 담이 만들어지는 것을 막는 원리다. 두 가지 병리 경로를 함께 다스리는 셈이다.

다시, B씨에게

B씨에게 동료 교사의 말을 다시 꺼냈다. "검사가 정상이면 다행인 거 아니냐"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고 말씀드렸다. 구조적으로는 정상이 맞다. 하지만 몸이 균형을 처리하는 방식 자체가 한동안 예민하게 바뀌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검사 결과와 지금 느끼는 어지럼증, 둘 다 진짜라고 덧붙였다.

간양상항과 풍담이 겹친 상태로 보인다고 말씀드리고, 억간산을 기반으로 한 처방을 시작했다. B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 처방이 정확히 어떤 원리로 어지럼증을 가라앉히는지 다음 진료 때 더 자세히 듣고 싶다고 했다.

 

이 글에 등장하는 환자 사례는 실제 진료를 바탕으로 각색한 가상의 사례입니다.

 

References

1.    Zang J, Zheng M, Chu H, Yang X. Additional cognitive behavior therapy for persistent postural-perceptual dizziness: a meta-analysis. Braz J Otorhinolaryngol. 2024;90(3):101393.

2.    Staab JP, Eckhardt-Henn A, Horii A, Jacob R, Strupp M, Brandt T, Bronstein A. Diagnostic criteria for persistent postural-perceptual dizziness (PPPD): Consensus document of the committee for the Classification of Vestibular Disorders of the Bárány Society. J Vestib Res. 2017;27(4):191-208.

3.    Dieterich M, Staab JP. Functional dizziness: from phobic postural vertigo and chronic subjective dizziness to persistent postural-perceptual dizziness. Curr Opin Neurol. 2017;30(1):107-113.

4.    Simanavicius V, Mockeviciene D, Lebedeva M, do Espírito Santo RC, Zaliene L, Staskevicius A, Agostinis-Sobrinho C. Effect of Vestibular Rehabilitation Therapy in PPPD: Short-Term Results from a Prospective Observational Study. J Clin Med. 2025;14(21):7761.

5.     Li Y, Pei X, Ding R, Liu Z, Xu Y, Wang Z, Li Y, Li L. Effect of vestibular rehabilitation therapy in patients with persistent postural perceptual dizzines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Front Neurol. 2025;16:1599201.

6.    Webster KE, et al. Non-pharmacological interventions for persistent postural-perceptual dizziness (PPPD). Cochrane Database Syst Rev. 2023;3:CD015333.

7.    현훈(어지럼증)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사상체질의학회(개발), 한국한의약진흥원. 2021-05.

8.    대한한방신경정신과학회 편. 《한방신경정신과학》.

이 글이 도움이 되셨나요?

해아림한의원 신촌점에 직접 문의해 보세요

 진료 예약/상담 신청하기  온라인 상담 게시판

연락처를 남겨주시면 확인 후 전화로 안내드립니다.
글로 답변을 받아 보시려면 온라인 상담 게시판을 이용해 주세요.

← 칼럼 목록으로
해아림한의원 해아림한의원 전국네트워크 홈페이지 바로가기 →
위 모든 내용은 해아림한의원 신촌점 대표원장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 서현욱 원장이 직접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