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병
화병의 "화"는 병적인 막힘 상태를 의미하는 '울증'의 여섯 갈래 가운데 하나인 열울을 주로 표현하는 단어이다. 그 이면에는 기울 담울 혈울 습울 식울 등 다양한 막힘의 문제가 얽혀 있을 수 있어 개인의 특성을 잘 읽어내어 치료해야 한다.
"화병이면 열 내리는 약을 쓰는 거 아닌가요?"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질문이다. 화병의 "화(火)"가 불이라는 뜻이니 그렇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700년 전에 나온 한의학 책을 보면 가슴이 답답하고 열이 오르는 증상의 원인을 여섯 가지로 나누어 놓았다. 열은 그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한의학에는 울(鬱)이라는 말이 있다. 요즘은 "우울하다"의 울로 더 많이 쓰지만, 원래 뜻은 마음 상태가 아니다. 무언가 뭉쳐서 풀리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원나라 의사 주진형(朱震亨, 호 단계)의 『단계심법(丹溪心法)』은 울을 이렇게 풀었다.
울이란 뭉쳐서 흩어지지 못하는 것이다. 올라가야 할 것이 올라가지 못하고, 내려가야 할 것이 내려가지 못하고, 바뀌어야 할 것이 바뀌지 못하는 것이다. (鬱者, 結聚而不得發越也. 當升者不得升, 當降者不得降, 當變化者不得變化也. — 권3 「육울(六鬱)」)
몸 안에서 무언가는 위로 올라가고, 무언가는 아래로 내려가고, 무언가는 형태를 바꾸며 돌아야 한다. 밥은 소화되어 형태가 바뀌어야 하고, 물은 아래로 내려가야 하고, 기운은 위아래로 오르내려야 한다. 이 흐름 가운데 하나라도 멈추면 거기서 병이 생긴다고 보았다.
『단계심법』은 ‘막힘’을 여섯 갈래로 나누고, 각각에 증상과 맥을 적어두었다. 이 여섯을 묶어 육울(六鬱)이라고 부른다. 원문에 적힌 증상을 요즘 말로 옮겨 본다.
화병에서 호소하는 증상은 육울 여섯 종류의 울증에 흩어져 있다. 가슴 답답함은 기울에, 열감은 열울에, 목의 이물감은 담울에, 체한 느낌은 식울에 놓인다. 한 사람에게 두세 가지가 겹쳐 있는 일도 흔하다.
『단계심법』은 여섯 종류 울증마다 사용할 약재를 따로 기록해두었다. 기울에는 향부자와 창출과 천궁을, 습울에는 백지와 복령을 더하고, 담울에는 해석과 남성을, 혈울에는 도인과 홍화를 쓰는 식이다. 그리고 그 뒤에 여섯을 아우르는 처방을 하나 붙였다. 월국환(越鞠丸)이다. 원문은 딱 네 글자로 소개한다.
월국환은 여러 막힘을 푼다. 궁출환이라고도 한다. (越鞠丸, 解諸鬱. 又名芎朮丸.)
들어가는 약은 다섯 가지다. 창출, 향부자, 무궁, 신곡, 치자를 같은 양으로 넣는다. 무궁(撫芎)은 중국 강서성 무주에서 나던 천궁을 말한다. 지금은 그냥 천궁을 쓴다.
다섯 약이 각각 어느 막힘을 맡는지 대응이 분명하다.
막힘은 여섯인데 약은 다섯이다. 담울을 맡는 약만 빠져 있다. 그런데 이것은 빠뜨린 것이 아니라 일부러 그렇게 짠 것이다. 담은 몸 안의 물기가 고여서 생기고, 물기가 고이는 이유는 기운이 막히거나 소화가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머지 다섯을 풀면 담울도 따라서 풀린다고 본 것이다. 후대 의가들은 이 구성을 두고 "약 다섯으로 여섯 울증을 다룬다"고 평했다.
다만 월국환이 육울의 유일한 답은 아니다. 앞에서 보았듯 원문에도 유형마다 다른 약이 함께 적혀 있고, 이후로도 울증을 푸는 처방은 계속 늘었다. 월국환은 여섯이 뒤엉켰을 때 꺼내 들 수 있는 선택지 중 하나이다.
쓴다. 가슴이 답답하면서 소화도 안 되고, 신물이 올라오면서 열까지 오르는 경우가 있다. 어느 하나가 도드라지지 않고 여러 증상이 한꺼번에 얽혀 있는 상태다. 월국환은 그럴 때 꺼내 드는 처방이다. 막힌 곳을 두루 열어두면서 기운의 흐름을 먼저 잡화병의 "화"는 병적인 막힘 상태를 의미하는 '울증'의 여섯 갈래 가운데 하나인 열울을 주로 표현하는 단어이다. 그 이면에는 기울 담울 혈울 습울 식울 등 다양한 막힘의 문제가 얽혀 있을 수 있어 개인의 특성을 잘 읽어내어 치료해야 한다. 는 구성이기 때문이다.
남은 것은 처방만이 아니다. 육울이라는 틀은 지금도 그대로 쓰인다. 국내에서 발표된 화병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은 한약 치료를 권고하면서 분심기음가미, 소요산가미, 반하사심탕, 시호가용골모려탕을 대표적인 예로 든다. 물론 화병에 쓰는 처방이 이 넷뿐인 것은 아니다.
같은 가슴 답답함이라도 그 이면에 있는 모습(상태)은 다르다. 기운이 막혀서 답답할 수도 있고, 물기가 고여 담이 된 탓일 수도 있고, 막힌 것이 이미 열로 바뀐 뒤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냐에 따라 쓰는 약이 달라진다.
육울 여섯이 나란히 놓여 있는 것은 아니다. 주단계는 기울을 맨 앞에 두었다.
기운이 도는 길이 막히면 피도 따라 더디게 돌고, 몸 안의 물기가 제자리에 고이고, 먹은 것이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다. 그렇게 혈울과 습울, 담울과 식울이 뒤따라 생긴다고 본다. 그리고 막힌 채로 오래 있으면 막힌 것이 열로 바뀐다.
화병에서 열감이 대개 나중에 나타나는 것도 이 순서와 맞물린다. 처음에는 가슴이 답답하기만 하다가, 몇 해가 지나면서 얼굴로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고 하시는 분이 많다.
그래서 열만 꺼서는 그 아래 막혀 있던 문제점들이 그대로 남기 십상이다.
글을 마무리한다. 화병의 "화"는 병적인 막힘 상태를 의미하는 '울증'의 여섯 갈래 가운데 하나인 열울을 주로 표현하는 용어이다. 그 이면에는 기울 담울 혈울 습울 식울 등 다양한 막힘의 문제가 얽혀 있을 수 있어 개인의 특성을 잘 읽어내어 치료해야 한다.
가슴 답답함과 열감이 오래 이어진다면 가까운 한의원에서 상담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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