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장애
아이의 틱을 지켜보고 계신 보호자와, 어른이 되어서도 틱이 남은 분들을 위한 글입니다.
틱장애를 두고 가장 자주 듣는 말 중 하나가 "크면 좋아진다"입니다. 이 말은 통계적으로 보면 대체로 맞습니다. 하지만 모두에게 해당하지는 않으며,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케이스들도 많습니다. 또한, 좋아지기까지 오랫동안 힘든 시기를 겪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틱이 어떤 병이고 어떻게 진행되는지, 그리고 기다릴지 치료할지를 무엇을 기준으로 정하는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틱은 갑작스럽고 빠르게 반복되는 근육의 움직임이나 소리를 말합니다. 눈을 세게 깜빡이고, 코를 찡긋하고, 얼굴을 찌푸리고, 어깨를 들썩이는 것이 운동틱입니다. 킁킁거리고, 헛기침을 하고, 목에서 "음" 소리를 내는 것이 음성틱입니다.
틱장애는 얼마나 오래됐는지와 어떤 종류가 나타나는지를 참고하여 크게 셋으로 나눕니다. 틱이 시작된 지 아직 1년이 안 됐으면 잠정적 틱장애입니다. 1년이 넘었는데 운동틱과 음성틱 중 한 종류만 있으면 지속성 운동 또는 음성 틱장애입니다. 1년이 넘었고 두 종류가 모두 있으면 뚜렛장애입니다.
여러 나라의 조사를 함께 모아 분석한 자료를 보면, 아이들에게서 뚜렛장애는 0.77%, 1년이 안 된 틱은 2.99%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남아가 1.06%, 여아가 0.25%로 남아 쪽이 네 배가량 많습니다. 성인의 뚜렛장애는 훨씬 드물어서 성인 100만 명당 118명 정도로 추정됩니다. 물론, 이 추정치는 연구마다 편차가 커서 100만 명당 49명에서 657명까지 벌어지니 대략의 규모로만 보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국내에서 틱장애로 진료받은 사람의 수도 늘고 있습니다. 2017년에 79,063명이었고, 2021년에는 93,960명이었습니다.
틱은 하루 사이에도, 계절이 바뀌어도 늘었다 줄었다 합니다. 그런데 그 변화 추세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는 방향성이 발견됩니다.
심해지는 경우부터 보겠습니다. 학기가 시작될 무렵, 또래와 갈등이 있을 때, 공부가 어렵거나 몸이 피곤할 때, 열감기나 알레르기비염처럼 다른 몸의 문제가 겹칠 때 늘어납니다. 게임이나 영상을 보며 크게 흥분한 뒤에도 잠시 많아집니다.
이번엔 완화되는 경우를 살펴봅니다. 무언가에 마음을 쏟고 있을 때, 몸과 마음이 느슨하게 풀려 있을 때, 그리고 잠자는 동안에는 줄어듭니다.
시간이 흐르면, 틱증상이 증가했을 때의 해당 상황들은 사라집니다. 개학 첫 달도 지나가고, 감기도 낫고, 흥분도 가라앉습니다. 그 상황이 지나가면 틱도 대개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그러니 오늘 틱이 늘었다고 해서 병이 그만큼 나빠진 것은 아닙니다.
한편, 또래와 갈등을 겪을 때 심해지는 틱증상을 보고 나면, 스트레스가 틱의 원인이라고 짐작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스트레스는 틱을 심하게 만들기는 하지만 틱장애를 일으키는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근거는 없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틱이 처음 나타나는 나이는 대개 여섯 살에서 여덟 살 사이입니다. 얼굴과 목에서 시작해서, 시간이 지나며 어깨와 몸통, 팔다리 쪽으로 내려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가장 심한 시기는 열 살에서 열두 살 무렵입니다. 그 고비를 지나면 사춘기를 거치며 차츰 옅어집니다. 뚜렛장애가 있는 아이들 가운데 청소년기에 증상이 뚜렷하게 좋아지는 비율은 절반에서 3분의 2 정도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숫자는 뒤집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3분의 1에서 절반은 그렇지 않았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초기 성인기까지 뚜렷한 증상이 남는 사람은 약 25%로 보고되어 있습니다.
보호자들께서 진료실에서 정말 묻고 싶은 것은 "틱이 크면 좋아지나요"가 아닙니다. "우리 아이도 좋아지나요"입니다. 그런데 어느 쪽에 들어갈지는 지금 미리 알 수 없습니다.
성인 틱장애는 드물지만 분명히 있습니다. 그리고 대개는 어릴 때부터 이어져 온 것입니다.
성년이 되어 어느날 갑자기 틱이 새로 생긴 것처럼 보일지라도, 실제로는 어릴 적에 있다가 옅어졌던 틱이 다시 나타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본인은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부모에게 물어보고 나서야 예닐곱 살 무렵 눈을 자주 깜빡였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래서 어른이 되어 틱으로 진료를 볼 때는 어릴 때 어땠는지부터 여쭙게 됩니다. 만약, 정말로 어른이 되어 처음 시작된 틱이라면 복용하고 있는 약, 혹시 머리쪽을 다친 적이 있는지, 다른 신경계 질환이 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합니다.
성인 틱증상은 증상 양상에서 소아틱과 차이가 있습니다. 틱을 잠시 참는 힘은 나이가 들수록 좋아집니다. 그래서 어른은 사람들 앞에서 상당 부분 눌러두었다가 혼자 있는 시간에 몰아서 내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변에서는 틱이 있는 줄도 모르는데 본인은 하루가 끝날 무렵 지쳐 있습니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틱 직전에 오는 불편한 감각도 또렷해집니다. 아이는 그 감각을 말로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어른은 하루 종일 의식하며 지냅니다.
틱장애 진료가 대부분 소아청소년 위주로 알려져 있다보니, 어른이 되어서도 틱이 남은 분들이 어디에서 진료를 받아야 할지 고민하시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진료 내용이 아이와 크게 다르지는 않으니, 소아틱과 마찬가지로 한방신경정신과 진료를 보는 한의원이나 관련 병의원을 찾으시면 됩니다.
먼저, 두 가지 기준을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첫째, 기다렸을 때 저절로 좋아질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둘째, 기다리는 동안 얼마나 힘든지입니다.
첫 번째 기준은 나이와 지금까지의 경과로 어느 정도 가늠합니다. 틱이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아이는 증상이 저절로 줄어드는 것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수 개월, 혹은 1년이 넘어 지속성 틱장애나 뚜렛장애에 해당하면 그 가능성이 줄어듭니다. 성인이라면 더 그렇습니다.
그런데, 통계적으로 보았을 때는 이러한 결론에 도달하지만, 사실, 진료 현장에서 개별적으로 이 아이가 어느 쪽에 해당할지를 판단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틱 증상이 시작된 지 얼마 안 됐어도 증상이 심하고 아이가 힘들어한다면 치료를 미룰 이유는 없습니다.
두 번째 기준을 살펴보겠습니다. 서양의학 쪽에서는 이 기준을 진료지침에 적어두었습니다. 미국신경과학회(American Academy of Neurology)가 2019년에 내놓은 지침은 이렇게 나눕니다. 틱이 일상생활을 방해하지 않고 정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괴롭지도 않다면 지켜보기를 권합니다. 반대로 틱 때문에 학교생활이나 직장생활이 힘들다면 치료를 권합니다.
이 지침에서 검토한 치료방법은 양약과 행동치료입니다. 두 치료 모두 틱 증상을 억제하여 줄이는 치료방식에 해당하며, 치료를 일찍 시작하면 나중에 틱이 덜 남는다는 근거는 아직 충분치 않습니다. 한의학적 치료는 이 지침의 검토 대상에 들어 있지 않기 때문에 아래에서 따로 다루겠습니다.
이 2가지 기준 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이럴 때에는 앞에서 이야기하지 않은 세번째 기준을 참고해야 합니다. 이 기준은 공식적인 가이드라인은 아니지만, 진료 현장에서는 충분히 고려해야 하는 사항들입니다.
틱장애는 다른 문제와 함께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뚜렛장애가 있는 사람 가운데 다른 정신건강 문제를 한 번이라도 겪은 비율이 85%를 넘었다는 조사가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와 강박 증상이 흔합니다. 진료실에서 보면 틱 자체보다 이렇게 함께 온 문제가 아이와 가족을 더 지치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양의학에서 치료를 시작할 때는 행동치료를 먼저 권합니다. 습관반전훈련을 중심에 둔 포괄적 행동치료(CBIT)로, 틱 직전에 오는 감각을 알아차리고 틱과 동시에 할 수 없는 다른 동작으로 바꾸는 훈련입니다. 소아 환자에게만 사용하는 방법도 아니어서, 성인들만 모아 진행한 연구에서도 행동치료를 받은 쪽이 그렇지 않은 쪽보다 뚜렷하게 좋아졌습니다. 보통, 틱이 심하거나 행동치료만으로 조절되지 않을 때 약물치료를 함께 씁니다.
한의학에서는, 예를 들어, 같은 틱장애, 같은 눈 깜빡임 증상을 두고도 환자마다 다르게 진단을 합니다. 겉으로 드러난 움직임이 같아도 환자의 몸 상태가 서로 다르면 다른 병리 상태로 봅니다. 이렇게 한의학에서 질환의 이름을 붙이는 식의 진단이 아니라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의 몸상태를 유형에 따라 가려내는 일을 변증(辨證)이라고 합니다.
국내 문헌에서는 틱장애의 변증을 대체적으로 크게 네 갈래로 정리합니다.
잘 먹지 못해 기운이 빠지고 예민해진 아이와, 열이 오르고 잠을 설치는 아이에게는 서로 다른 처방을 내립니다.
한약과 침, 뜸, 약침, 추나 등을 중심으로 치료합니다. 여기에 뇌파를 활용해 스스로 조절하는 힘을 기르는 훈련, 소뇌 기능을 강화하는 운동치료 같은 두뇌기능훈련, 놀이치료와 미술치료도 시행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말로 풀어내기 어려운 것을 놀이와 그림으로 꺼내놓게 하는 치료입니다. 습관반전훈련 같은 행동치료도 함께 합니다.
아이가 무엇을 가장 힘들어하는지에 따라 조합이 달라집니다.
관련 한의학 연구들을 몇 편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틱장애 아동 35명을 살펴본 국내 연구가 있습니다. 한약과 침, 뜸, 한방정신요법을 함께 받은 아이들입니다. 평균 나이는 여덟 살, 치료 기간은 평균 6주 남짓이었습니다. 예일 틱 증상 평가 척도로 재보니 치료 전 35점대에서 치료 후 23점대로 의미 있게 낮아졌습니다. 이 연구에서 가장 많이 쓰인 처방은 시호가용골모려탕과 가미온담탕을 아이에 따라 가감한 것이었습니다. 앞서 본 네 갈래 변증 유형 중 주로 간풍내동에 쓰는 처방입니다.
또한, 틱장애에 대한 침 치료 관련 연구를 보면, 무작위 대조 연구 22편을 모은 분석에서 틱 중증도 점수를 낮췄다고 보고되었습니다.
틱장애로 오는 아이들은 틱만 가지고 오지 않습니다. 잘 먹지 않고, 변을 잘 못 보고, 밤에 자주 깨고, 사소한 일에도 쉽게 불안해하는 등 아이들마다 가진 특징이 있습니다 한의 치료는 틱만 따로 떼어 보지 않고 이런 증상들까지 함께 봅니다. 무엇부터 치료할지는 아이와 보호자가 지금 가장 힘들어하는 것으로 정합니다.
지적을 줄이시면 좋겠습니다. 틱증상에 주의가 모일수록 틱 직전의 불편한 감각(전조감각충동)이 강하게 느껴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잠과 피로를 챙기는 일도 도움이 됩니다. 늦게 자고 피곤한 날이 이어지면 틱도 따라 늘어납니다.
언제 심해지는지 간단히 적어두시면 좋습니다. 날짜와 그날 있었던 일 정도면 충분합니다. 틱은 저절로 오르내리기 때문에 진료실에서 한 번 본 모습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치료 여부를 판단하고 치료 중 경과를 판단할 때 이 기록이 중요한 참고자료가 됩니다.
아이에게 틱장애에 대해서 설명해 주시는 것도 필요합니다. 무엇인지 모르는 채 참는 것과, 이것이 틱이고 자연스럽게 증상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성질이 있다는 것을 알고 지내는 것은 다릅니다.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 증상에 대한 아이의 불안감도 잦아들 수 있습니다.
틱이 언제 좋아질지는 아무도 미리 말해줄 수 없습니다. 다만, 이 글을 읽어보시고 치료가 필요하다고 느끼셨다면, 가까운 한의원에서 상담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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