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장애

과호흡에 봉지 호흡법은 왜 권하지 않게 되었나?

불안장애

서현욱 원장작성해아림한의원 신촌점 대표원장 서현욱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게시일 2026.07.30
요약

봉지 호흡은 저산소와 오진 위험으로 퇴출되었고, 저탄산증은 공황의 유일한 원인이 아니며, 호흡법은 위급시만이 아니라 평상시 훈련으로 써야 합니다.


"봉지에 숨 쉬면 된다던데요"

 

스물세 살 대학생 J씨는 지난주 지하철에서 숨이 막히고 손끝이 저려 주저앉았다. 검색해서 봉지 호흡법을 알게 된 뒤로 가방에 종이봉지를 넣고 다닌다고 했다. J씨는 그것이 맞는 방법이냐고 물었다.

 

봉지 호흡은 사실 오랫동안 응급실에서도 쓰던 처치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지침에서 빠졌다. 이유는 무엇일까?

 

봉지 호흡법이 사라진 진짜 이유

 

1989년 응급의학과 의사 캘러햄이 봉지 호흡을 받고 사망한 환자 세 명을 보고했다. 세 사람은 불안으로 숨을 몰아쉰 게 아니었다. 심장으로 가는 피가 막혔거나 이미 몸에 산소가 부족한 상태였다. 숨이 가빴던 것은 산소를 더 달라는 신호였는데, 불행히도 과호흡으로 여겨졌던 것이다.


봉지는 방금 내뿜은 공기를 다시 마시게 하는 도구다. 내뿜은 공기에는 산소가 적다. 따라서 산소가 모자란 사람에게는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킨다.

 

캘러햄은 건강한 자원자 스무 명에게 같은 처치를 해봤다. 3분 안에 혈액 내 산소 수치가 평균 26mmHg 내려갔고, 한 사람은 42mmHg까지 떨어졌다. 병이 없는 사람에게도 이 정도였다. 논문의 결론은 심장 문제를 배제하고 산소 수치를 직접 측정한 다음이 아닌 이상 이 방법을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효과가 없어서 밀려난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숨을 너무 많이 쉬면 몸에서 벌어지는 일

이산화탄소는 몸에서 내보내기만 하면 되는 폐기물이 아니다. 혈액이 산성 쪽인지 알칼리성 쪽인지, 혈관을 넓힐지 좁힐지 등 중요한 조절이 혈액에 남은 이산화탄소 양에 따라 정해진다. 산소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산화탄소 또한 중요하다. 몸이 일정한 범위 안에서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숨을 급하게 몰아쉬면 이산화탄소가 필요 이상으로 빠져나가고 혈액이 알칼리 쪽으로 기운다. 뇌로 가는 혈관이 좁아져 머리가 멍하고 눈앞이 흐려지고, 지금 여기 있는 것 같지 않은 느낌이 든다. 알칼리 쪽으로 기운 혈액 상태가 되면, 신경과 근육이 자극에 예민해진다(혈액 속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칼슘이 일시적으로 줄어드는 변화가 관여한다). 그러면, 손발이 저리고 입술이 얼얼하고, 심하면 손이 오그라드는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다.

 

J씨가 지하철에서 겪은 과정이 이것이다. 숨을 몰아쉬는 것을 멈추면 몇 분 안에 혈액 속 이산화탄소 수치는 제자리를 되찾는다.

 

그런데 과호흡이 범인이 맞을까?

 

1996년 네덜란드 연구팀이 LANCET에 발표한 연구는 오랫동안 받아들여져 온 전제를 흔들었다. 과호흡증후군으로 의심되는 환자 115명에게 두 가지 검사를 받게 했다. 하나는 정말로 숨을 몰아쉬게 해서 이산화탄소 수치를 떨어뜨리는 검사, 다른 하나는 똑같이 숨을 몰아쉬게 하되 이산화탄소 수치는 그대로 유지시키는 가짜 검사였다. 환자들은 둘을 구별하지 못했다. 그런데, 실제 이산화탄소 수치가 떨어지지 않았을 때도 똑같이 증상이 나타났다.

 

검사에서 양성이 나온 환자 30명에게는 측정기를 붙여 일상생활 중 실제 발작이 왔을 때의 이산화탄소 수치를 확인했다. 발작 중에도 수치는 떨어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과호흡증후군'이라는 이름을 쓰지 말자고 제안했다.

 

그렇다고 해서 발작이 호흡이 무관하다는 뜻은 아니다. 2011년 한 연구팀은 공황장애 환자 43명에게 24시간 측정 장비를 붙여 1,960시간 동안 기록하고, 그 안에서 예고 없이 찾아온 발작 13번을 분석했다. 환자들이 "아무 이유 없이 갑자기" 왔다고 말한 발작인데, 평균적으로 발작이 일어나기 47분 전부터 심장과 호흡이 이미 불안정해지고 있었다. 발작 순간에는 호흡의 양이 늘고 이산화탄소 수치가 떨어졌다.

 

호흡법을 만능 열쇠처럼 여기면 생기는 일

 

불안 증상에 대한 대응법으로써 지금도 호흡법을 적극적으로 권하고 유효하지만, 이 분야 연구자들은 오래전부터 회의적인 의견도 동시에 제시해왔다.

 

1992년 한 연구진은 호흡 재훈련이 '그럴듯한 위약'일지 모른다고 했다. 2000년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공황장애 환자 77명을 나눠 한쪽은 인지행동치료만, 다른 쪽은 인지행동치료에 호흡 훈련을 더해 받게 했다. 하지만, 결과는 두 집단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런 지적이 제시되는 이유는 호흡법이 마치 부적처럼 쓰인다는 점이다. 발작이 올 때마다 급히 호흡법에 매달리면 "이걸 못 하면 큰일 난다"는 믿음이 함께 자란다. 원래 지나갈 발작이었는데도 호흡법이 나를 구했다고 기억된다. 그렇게 되면 호흡법은 지팡이가 되고, 지팡이가 없는 날은 외출이 어려워진다. 불안 치료에서는 이런 습관을 안전행동이라 부른다.

 

호흡 연습 자체는 포기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반대로 꾸준히 훈련할만한 가치가 있는 방법이다. 다만, 이것 만을 너무 맹신한 나머지, 호흡이 잘 안되고 빠르게 돌아오지 않는 상황을 절망으로 여기게 되는 상황은 방지해야 한다.

 

그래서 무엇을 하면 되는가?

 

처음 겪은 발작이라면 검사부터. 심장 리듬 이상, 갑상선 기능 이상, 저혈당, 폐 질환은 공황발작과 비슷해 보일 수 있다. 불안이라고 단정하기 전에 다른 가능성을 지워야 한다.

 

봉지 없이, 앉아서 날숨(내쉬는 숨)을 늘린다. 앉거나 벽에 기댄 자세를 취한 후, 들이쉬는 시간보다 내쉬는 시간을 길게 잡는다. 숫자를 세어보면 도움이 된다.

 

숨이 모자란 상태가 아니다. 숨이 안 쉬어진다고 느끼는 그 순간, 실제로 몸은 오히려 공기를 넘치게 들이고 있다. 이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 순간의 공포감을 줄일 수 있다.

 

연습은 평상시에. 발작이 없을 때에도 수시로 하루에도 여러 번,  몇 분씩 투자하여 연습 하는 편이 효과가 좋다. 발작 때만 꺼내 쓰려고 하는 시도는 성공적이지 않다.

 

한의학에서는 호흡에 대해서 어떻게 보아왔을까?

 

한의학 문헌들을 살펴보면, 호흡과 마음 기능 사이의 연관성을 언급하고 있다. 기운이 아래에 머물지 못하고 위로 치밀어 오르는 상태를 기역(氣逆)이라 했다. 『금궤요략』 분돈기병맥증치 편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분돈병은 아랫배에서 일어나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르는데, 발작하면 죽을 것 같다가 도로 가라앉는다. 모두 놀람과 두려움에서 온다."(奔豚病從少腹起, 上衝咽喉, 發作欲死, 復還止, 皆從驚恐得之) 발작의 시작과 절정, 그리고 저절로 멎는 경과까지 요즘 환자들이 공황발작을 묘사하는 것과 유사하다.

 

같은 책 부인잡병 편에는 "목 안에 구운 고기 조각이 걸린 것 같다"(咽中如有炙臠)는 호소에 반하후박탕을 쓴다는 조문이 있다. 뒷날 매핵기(梅核氣)라 불린 증상이다. 숨이 답답하고 목이 막힌다며 한의원을 찾는 환자에게 지금도 자주 검토되는 처방이다. 숨을 세면서 고르는 조식(調息) 수행법은 지금의 느린 호흡 훈련과 하는 일이 비슷하다. 진정만을 목표로 삼기 보다는, 호흡을 관찰 대상으로 두는 태도가 특히 그렇다.

 

봉지를 치운 자리

 

J씨는 두 달 즈음 뒤 봉지 없이 지하철을 탔다. 숨이 답답해진 순간이 있었지만 앉아서 날숨을 세는 동안 지나갔다고 했다. 그 과정을 경험하며 이전과 달라진 점은 스스로의 몸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좀 더 차분히 관찰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과호흡 상황에서 호흡법은 유용한 도구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호흡법을 ‘제대로 수행’하는 것에 너무 크게 의지를 하다 보면,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 봉지 호흡법이 오랫동안 사용되어 온 이유 중 하나는, 위급 상황에서 무언가 손에 쥐고 있을 것이 있다는 안심을 주었기 때문은 아닐까?

 

이 글의 J씨는 여러 진료 경험을 섞어 만든 가상의 인물이다.

발작이 반복되어 일상이 어려워지거나, 발작이 두려워 가지 못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면 한의원에서 상담을 받아보기를 권한다. 만약, 첫 발작이거나 증상이 전과 다르게 느껴질 때는 응급실 진료를 미루지 않아야 한다.

 

References

  1. Callaham M. Hypoxic hazards of traditional paper bag rebreathing in hyperventilating patients. Ann Emerg Med. 1989;18(6):622-628.
  2. Hornsveld HK, Garssen B, Dop MJ, van Spiegel PI, de Haes JC. Double-blind placebo-controlled study of the hyperventilation provocation test and the validity of the hyperventilation syndrome. Lancet. 1996;348(9021):154-158.
  3. Meuret AE, Rosenfield D, Wilhelm FH, et al. Do unexpected panic attacks occur spontaneously? Biol Psychiatry. 2011;70(10):985-991.
  4. Meuret AE, Rosenfield D, Hofmann SG, Suvak MK, Roth WT. Changes in respiration mediate changes in fear of bodily sensations in panic disorder. J Psychiatr Res. 2009;43(6):634-641.
  5. Garssen B, de Ruiter C, van Dyck R. Breathing retraining: a rational placebo? Clin Psychol Rev. 1992;12(2):141-153.
  6. Schmidt NB, Woolaway-Bickel K, Trakowski J, et al. Dismantling cognitive-behavioral treatment for panic disorder: questioning the utility of breathing retraining. J Consult Clin Psychol. 2000;68(3):417-424.
  7. 張仲景. 『金匱要略』 奔豚氣病脈證治 第八. (분돈 및 반하후박탕 관련 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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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모든 내용은 해아림한의원 신촌점 대표원장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 서현욱 원장이 직접작성하였습니다.